
두통약 먹어도 계속 아픈 이유|두통마다 맞는 약이 다릅니다
머리가 아프면 가장 먼저 진통제를 찾게 됩니다.
타이레놀을 먹어보고,
그래도 아프면 나프록센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소염진통제를 먹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일단 진통제를 먹고,
약을 먹었는데도 아프면
“약이 약한가?”
“조금 더 센 약을 먹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두통은 단순히 통증만 줄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종류의 두통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저는 편두통도 있었고 발작성 반두통도 있었습니다.
둘 다 머리가 아픈 질환이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도 다르고, 사용하는 약도 다릅니다.
편두통은 단순히 ‘머리가 욱신거리는 두통’만은 아닙니다
편두통은 흔히 한쪽 머리가 욱신거리거나 맥박 뛰듯 아픈 형태로 나타납니다.
두통이 몇 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하고,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빛이 유난히 눈부시거나 소리에 예민해지고,
움직이면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벼운 편두통은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같은 일반 진통제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통이 심하거나 반복되고, 일반 진통제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다면 편두통에 맞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립탄 계열 약물이 있습니다.
트립탄은 단순히 ‘더 센 진통제’라기보다 편두통의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편두통 특이 급성기 치료제입니다.
즉,
타이레놀보다 강한 약,
나프록센보다 센 약,
이런 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편두통이라는 질환과 발작의 정도에 맞는 약을 선택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편두통약은 어떤 날은 듣고 어떤 날은 잘 안 들을까요?
저도 이 부분이 궁금했습니다.
같은 편두통인데 어떤 날은 일반 진통제를 먹고 괜찮아지고,
어떤 날은 타이레놀이나 나프록센을 먹어도 계속 아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오늘 먹은 약이 약해서”
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편두통 발작의 강도가 매번 똑같지 않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편두통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NSAIDs 같은 일반적인 급성기 치료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통증이 중등도 이상으로 심하거나 일반 진통제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트립탄 같은 편두통 특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편두통 급성기 치료지침에서도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약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통의 강도와 기존 약물에 대한 반응을 고려해 치료를 선택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도 NSAID나 아세트아미노펜만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 이상의 편두통에서는 트립탄을 추가하는 치료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즉,
“진통제가 안 들었다 = 더 센 진통제가 필요하다”
가 아니라
“현재 편두통 발작에 맞는 치료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합니다.

편두통은 약을 언제 먹느냐도 중요합니다
편두통 급성기 치료에서는 약을 복용하는 시점도 중요합니다.
여러 편두통 치료지침에서는 급성기 치료제를 두통이 시작된 뒤 비교적 이른 시점에 사용하는 전략을 권고합니다.
통증이 이미 상당히 심해진 뒤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발작 초기에 적절한 약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편두통 발작 중에는 메스꺼움과 구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구역이나 구토 때문에 경구약을 제대로 복용하기 어렵다면 먹는 약만 계속 추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 제형이나 항구토제 등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결국 편두통 치료는
‘어떤 약을 먹었느냐’
뿐만 아니라
‘어떤 편두통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느냐’
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발작성 반두통은 편두통과 양상이 꽤 다릅니다
반대로 발작성 반두통은 조금 다릅니다.
주로 한쪽 눈 주변이나 관자놀이 쪽에 매우 심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한 번의 두통은 비교적 짧게 지속되지만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통증이 발생하는 쪽에서
눈물이 나거나,
눈이 충혈되거나,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나거나,
눈꺼풀이 붓는 등의 자율신경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국제두통질환분류인 ICHD-3에서는 발작성 반두통을 삼차자율신경두통(Trigeminal Autonomic Cephalalgias)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군발두통 역시 같은 큰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증상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작성 반두통은 군발두통보다 한 번의 발작이 상대적으로 짧고 자주 반복되는 특징이 있으며, 무엇보다 치료 반응에서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발작성 반두통에서 왜 인도메타신이 중요할까요?
바로 인도메타신입니다.
인도메타신도 NSAID, 즉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나프록센이나 이부프로펜도 소염진통제인데 그냥 그걸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발작성 반두통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습니다.
인도메타신은 단순히 여러 진통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발작성 반두통의 진단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약입니다.
국제두통질환분류 ICHD-3의 발작성 반두통 진단 기준에는 치료 용량의 인도메타신으로 발작이 완전히 예방되는 반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인도메타신 먹으면 조금 덜 아프다.”
정도의 의미가 아닙니다.
인도메타신에 특징적으로 완전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 질환을 진단하는 중요한 단서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인도메타신일까요?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인도메타신도 NSAID이기 때문에 다른 소염진통제와 마찬가지로 COX 효소를 억제하고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 작용만으로는 발작성 반두통에서 나타나는 인도메타신의 매우 특징적인 효과를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왜 인도메타신이 발작성 반두통과 지속성 반두통 같은 특정 두통에서 이렇게 특별한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임상적으로 그 반응이 매우 특징적이고 일관되게 관찰되어 질환의 진단 기준 자체에 포함될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발작성 반두통이 의심되면 신경과에서는 두통의 양상과 자율신경 증상을 확인하면서 인도메타신에 대한 반응을 진단 과정에서 중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도메타신을 직접 먹어보면서 진단하면 안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부분도 있습니다.
“내 두통도 발작성 반두통 같은데 인도메타신을 한번 먹어볼까?”
라고 생각해서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인도메타신은 위장관 부작용이나 출혈, 신장기능 문제 등 NSAID 계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는 약입니다.
또 한쪽 눈 주변이 심하게 아프고 눈물이 난다고 해서 모두 발작성 반두통인 것도 아닙니다.
군발두통이나 다른 삼차자율신경두통을 비롯해 여러 질환과 감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도메타신 반응은 자가진단 방법이라기보다 의료진이 두통의 양상을 평가하면서 활용하는 중요한 진단 요소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두통인데 왜 약이 다를까요?
결국 같은 ‘두통’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진통제로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편두통에는 편두통에 맞는 치료가 있고,
발작성 반두통에는 그 질환에 맞는 치료가 있습니다.
군발두통 역시 치료방법이 다르고,
긴장형 두통도 접근이 다릅니다.
그래서 두통이 계속될 때 중요한 질문은
“어떤 진통제가 더 센가?”
가 아니라
“내 두통은 어떤 두통인가?”
입니다.
타이레놀, 나프록센을 먹어도 계속 아프다면
타이레놀을 먹었는데도 아프고,
나프록센을 먹었는데도 계속 아프다면
무조건 약을 하나씩 추가해서 먹는 것보다 두통의 양상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한쪽만 아픈지,
머리 전체가 조이는 느낌인지,
욱신거리는 통증인지,
한 번 시작하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하루에 몇 번 반복되는지,
눈물이나 충혈이 함께 나타나는지,
빛이나 소리가 불편한지,
구역이나 구토가 있는지,
움직일 때 더 심해지는지
이런 증상들이 두통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반복되는 두통이라면 두통일지를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두통이 반복되는 분이라면 두통일지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두통이 시작된 시간,
통증 위치,
지속시간,
통증의 강도,
동반 증상,
복용한 약,
약을 먹은 시간,
약을 먹고 좋아졌는지 등을 기록해두면 진료할 때 두통의 패턴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맨날 머리가 아파요.”
보다
“오른쪽 눈 주변이 20분 정도 심하게 아프고 하루에 다섯 번 정도 반복되면서 눈물이 납니다.”
처럼 설명할 수 있다면 진단에 훨씬 유용합니다.
진통제를 너무 자주 먹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두통이 자주 생기면 진통제를 반복해서 복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급성 두통약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약물과용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통을 없애려고 먹었던 약인데,
복용이 반복되면서 두통이 더 자주 발생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자주 찾고 있다면
“오늘은 어떤 약을 먹을까?”
보다
“왜 이렇게 자주 두통이 생기는 걸까?”
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두통이라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세요
두통이 반복되거나,
평소 먹던 진통제를 복용해도 계속 조절되지 않거나,
두통의 양상이 이전과 달라졌다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신경과에서는
두통의 위치,
한 번 발생했을 때 지속시간,
하루 또는 한 달에 발생하는 횟수,
통증의 양상,
눈물이나 콧물 같은 자율신경 증상,
구역·구토,
빛과 소리에 대한 민감도,
복용 중인 진통제와 약물에 대한 반응 등을 확인합니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 군발두통, 발작성 반두통 등 여러 두통 질환을 감별하게 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뇌영상검사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도 판단합니다.
물론 모든 두통이 외래 진료를 기다려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통 중에는 빠르게 응급실에서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갑자기 망치로 맞은 것처럼 시작된 극심한 두통,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심한 두통,
두통과 함께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우,
말이 어눌해지거나 얼굴 한쪽이 처지는 경우,
의식이 이상하거나 경련이 발생하는 경우,
발열과 목이 뻣뻣한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라면
단순한 두통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뇌출혈이나 뇌졸중, 중추신경계 감염 등 빠른 평가가 필요한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두통약이 안 듣는다고 더 센 약부터 찾지는 마세요
두통은 정말 흔한 증상입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면 가장 먼저 진통제를 찾게 됩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편두통과 발작성 반두통을 경험하면서 알게 된 것은 하나였습니다.
두통이 계속될 때 필요한 것이 항상 더 강한 진통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편두통에서는 일반 진통제로 충분한 경우도 있지만 발작의 정도와 기존 치료 반응에 따라 편두통에 맞는 다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발작성 반두통은 인도메타신에 대한 특징적인 반응이 진단 기준에 포함될 정도로 치료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결국 약을 먹어도 계속 아픈 두통이라면
“어떤 약을 더 먹어야 할까?”
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두통은 어떤 종류일까?”
를 한번 확인해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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